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동안 감정에 반응하는 편도체 활동이 낮아졌다는 실험 결과가 있어요. 적은 뒤 마음이 얼마나 진정되는지는 이 실험이 재지 않았고요. 성인 30명이 얼굴 표정에 맞는 감정 단어를 고른 실험이라, 일기처럼 내 마음을 적는 일과도 조건이 달라요. 일상에서 써 본다면 ‘기분이 안 좋아’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아쉬운지 서운한지 지친 건지를 적어 보면 돼요.
목차
얼굴 사진에 감정 단어를 붙인 30명의 실험
감정 단어를 고를 때 왼쪽 편도체 활동은 얼굴을 그냥 볼 때나 성별에 맞는 이름을 고를 때보다 낮았어요. Lieberman 등의 2007년 연구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18~36세 성인 30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fMRI 촬영 중 얼굴 사진을 보고 제시된 단어 두 개 중 표정에 맞는 감정 단어를 고르거나, 얼굴을 그냥 보는 등의 과제를 수행했어요. 도형을 맞추는 과제보다는 편도체 활동이 여전히 높았으니, 낮아진 것이지 멈춘 것은 아니에요. 오른쪽 복외측 전전두피질은 반대로, 성별에 맞는 이름을 고를 때보다 활동이 높았고요. 연구 원문
이 실험이 잰 것은 사진 속 표정에 단어를 붙이는 동안의 뇌 반응이에요. 자기 일상을 적은 뒤의 기분 변화, 그 변화가 오래가는지, 한국어로 적을 때의 결과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감정 명명이란? 지금 느끼는 마음을 그대로 적는 일
감정 명명(affect labeling)은 말 그대로 감정에 말로 이름을 붙인다는 뜻이에요. ‘속상하지만 좋은 경험이었어’라고 상황을 다시 해석하기보다, ‘지금은 속상하다’처럼 현재 마음을 적는 쪽에 가깝습니다. 화가 난 건지, 서운한 건지, 지쳐서 아무 말도 하기 싫은 건지 헷갈릴 때 떠오른 말부터 적어 보는 거죠.
예를 들어 기대했던 만남이 미뤄졌다고 해볼게요. ‘별일도 아닌데 내가 예민해’에는 나에 대한 평가가, ‘상대는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에는 상대 마음에 대한 해석이 들어 있어요. ‘기대했던 시간이 없어져서 아쉽고 서운하다’라고 쓰면 지금의 감정이 드러납니다. 자신을 평가하는 말만 떠오른다면 그 상황에서 느낀 마음을 한 줄 더 남겨 보세요.
‘짜증 난다’에서 시작하는 감정 적기
처음 떠오른 말이 ‘짜증 난다’라면 그 말에서 출발해 어떤 장면 때문인지 덧붙이면 돼요. 함께 정한 계획이 설명 없이 바뀌었다면 ‘짜증 난다. 내 의견을 다시 묻지 않아서 서운하다’라고 적는 식이에요. 쉬지 못한 하루가 먼저 떠오른다면 ‘짜증이 나는데, 지금은 지친 마음이 더 크다’가 더 맞을 테고요. 길게 쓰기 부담스러운 날은 장면 하나만 남기면 됩니다.
‘무시당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면 내가 본 일과 그때의 느낌을 나눠 써 보세요. ‘내가 말한 뒤 답이 없어서 서운했다’에는 답을 받지 못한 장면과 감정이 함께 들어 있어요. 상대가 일부러 답하지 않았는지는 그 사정을 들어야 알 수 있는 일이죠. 서운함은 지금 마음으로 적고, 답이 없던 이유는 나중에 물어볼 내용으로 남겨 두면 됩니다.

두 가지 마음이 함께 있다면 둘 다 적어도 됩니다. 오랜만의 가족 모임이 반가우면서 부담스럽고, 새 일을 맡아 기쁘면서 걱정될 때가 있잖아요. ‘기쁘니까 걱정하면 안 돼’라고 한쪽을 지우는 대신 ‘기쁘고, 아직 익숙하지 않아 걱정도 된다’라고 쓰면 동시에 떠오른 마음이 문장에 함께 남아요.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 날에는 ‘답답하다. 말하고 싶지 않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도에서 멈춰도 좋아요. 더 맞는 말이 떠오르면 그때 고치면 되니까요. 범위를 ‘오늘 이 일에서’로 좁혀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늘 이 일에서 불안했다’는 특정 장면을 가리키지만, ‘나는 원래 불안한 사람이다’는 나 전체를 평가하는 말이 되거든요.
몸의 느낌이 먼저 또렷한 날도 있죠. ‘어깨가 뻣뻣하다. 초조한 것 같지만 확실하지 않다’처럼 적으면 감각과 감정에 대한 추측이 나란히 놓입니다. ‘같지만’이라는 말 덕분에 초조함은 지금 붙여 본 이름으로 남아요.
서운한 마음을 상대에게 표현할 때
상대에게 말할 때는 감정에 내가 본 장면과 바라는 점을 더하면 돼요. 앞의 계획 변경 예시라면 ‘일정이 바뀐 걸 나중에 알아서 서운했어. 다음에는 정하기 전에 한 번 알려줄 수 있을까?’처럼 이어 가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이 서운했고, 다음에 어떤 안내를 바라는지가 두 문장에 담깁니다.
‘나는 서운해’는 내 마음이고, ‘너는 나를 무시했어’는 상대 의도에 대한 판단이에요. 둘을 구별해 두면 무엇을 더 물어볼지 보이고, 상대가 당시 상황을 설명할 자리도 남습니다. 상대의 감정도 마찬가지예요. ‘너는 불안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대신 이름을 붙이기보다, 상대가 자기 마음을 설명하는 말을 들어 보세요.
적었는데도 마음이 그대로라면
마음이 그대로라면 적은 문장으로 돌아와 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읽어 보면 돼요. ‘왜 아직 안 편하지?’라고 평가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서운했는지, 지금 대화할 여유가 있는지처럼 문장에 담긴 내용부터 되짚는 겁니다. ‘안 좋다’만 있던 자리에 ‘아쉽다’와 ‘당장 대답할 여유가 없다’가 남았다면, 그날 내 상태를 설명할 말이 생긴 셈이에요. 기분이 얼마나 가라앉았는지와 내 마음을 표현했는지는 따로 되짚어 보세요.
상대의 사정이 궁금한 날에는 물어볼 내용을 골라 두고, 혼자 정리하고 싶은 날에는 기록으로만 남겨도 됩니다. ‘지금은 서운하다. 일정을 바꾼 이유는 다음에 물어보고 싶다.’ 감정 옆에 궁금한 일을 나란히 적어 두면,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가 문장으로 남아요.
참고자료
Lieberman, M. D., et al. (2007). Putting Feelings Into Words: Affect Labeling Disrupts Amygdala Activity in Response to Affective Stimuli. Psychological Science, 18(5), 421–428. DOI · UCLA 원문